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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사진기
수년 전 대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하던 때에 학교업무로 여름방학에 부산에 내려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동행한 학생 중에 부산에 살던 한 남학생이 있어 그의 집도 방문하게 되었고,
부산에 도착을 하여 사무적인 일을 모두 마친 후에 학생들과 함께 바닷가로 구경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학생은 자신의 아버지가 애지 중지하던 사진기를 갖고 나왔는데, 그 카메라는 그 것을 덮고 있는 오래된 멋진 가죽 외장의 모습부터 카메라의 위상을 한 것 높여 주었습니다.
그 사진기 앞에서 우리는 폼을 잡으며 부산의 아름다운 배경들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좀 더 기념될만한 사진을 남기자고 합의를 본 우리는 누가 더 위험한 사진을 찍는가 내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절벽 끝에 서서 찍기도 하고, 큰 파도가 치는 돌 위에 서서 찍기도 하고, 심지어 절벽에 매달려 찍기도 하였습니다. 바람이 조금 더 세차게 불면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고, 파도를 제대로 맞으면 바다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고, 또 아차하면 낭떠러지 밑의 바다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 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 같으면 왜 그런 바보짓을 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젊은 객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어찌하였든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우리 모두는 그 사진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매우 궁금하였습니다. 그 멋진 사진기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한 목소리로 “사진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 대답이 “사진기가 고장 나서 사진이 한 장도 안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사진기가 고장 난 것도 모르고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폼을 잡았던 것입니다.
시편 17: 14절에 “금생에서 저희 분깃을 받은 세상 사람에게서”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다윗이 여기서 사용 한 ‘세상’이라는 단어가 매우 흥미로운데, 그 뜻은 ‘미끄러지다’’흐르다’라는 뜻으로 이 의미는 “세상은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구약에서 5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이 단어를 다윗이 사용 한 것은, 현생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이 영원한 것이 되지 못하고 덧없이 끝나버릴 아침 안개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세상 앞에서 온갖 폼을 다 잡고 살아갑니다. 도토리 키재기도 해보고, 밤 늦도록 땅 따먹기도 하고, 골목 대장 자리를 놓고 싸우기도 하고, 메뚜기 한 마리 먹겠다고 힘들게 지은 남의 농사를 짓밟고 다니기도 하고…
개인의 삶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삶 또한 그러할 수 있으니, 얼마나 많은 순간 세상적인 목표가 하나님의 뜻을 넘어 찍히지도 않을 사진을 위하여 열심히 폼을 잡는 것은 아닌지, 날마다 깊이 묵상하여 봅니다. 큰 교회가 아닐지라도 하나님의 큰 사랑을 받는 교회, 찬양을 제일 잘하지는 못하여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찬양을 온 맘 다하여 올려드리는 교회,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모이지는 못하여도 하나님께 헌신된 자들이 구름처럼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교회, 그런 교회가 되기 위하여 함께 무릎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그런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다윗은 ‘금생’(in this lif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은 내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다윗의 가치관 및 신앙관은 현세 중심이 아니라 내세 중심이었기에 현세의 영달을 바라고 사는 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 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 임이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적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그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 (고전3:13- 15)
그 때에 불에 타지 않고 하늘나라에 영원히 남을, 주님 사랑의 실천, 섬김의 삶, 전도의 삶을 위하여 살아가는 우리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 (벧후 3:12, 13)